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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이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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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도훈

잡담

남녀노소, 세대와 나이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하는 LLM이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것도 3년 남짓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저 또한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과장 조금 더해서 LLM이 없으면 제 방 전등도 못 켜게 되었으니 말이죠.

Hermes Agent Turning On Lights

Hermes Agent부터 Claude Code까지도 잘 쓰고 있는 제가, Google 같은 검색 엔진 대신 ChatGPTGemini부터 찾는 제가, 왜 사랑하는 일을 LLM이 망쳤다고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무엇을 망쳤나


2023년도 초 쯤,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 누가 바이브 코딩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서 얼마를 벌었다 같은 이야기로 인터넷이 도배가 됐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저는 느낍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를 정말 싫어합니다.

누구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코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형태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를 부정한다던가, 싫어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Claude Code를 정말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를 지불하는 Max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프로젝트에 Claude Code를 꼭 사용합니다. Claude Code가 어느 정도 Figma에 선언된 디자인 시스템, 와이어프레임을 모두 구현하고, API 명세를 이해하여 API 유틸을 만드는 등 생산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것과는 반대로 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라진 내 도파민


제가 처음 이 블로그를 만들 때가 기억납니다. 저는 /[postId] 같은 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당시 사용하던 라이브러리에서는 /posts/[postId] 같은 구조가 예제로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기초 지식이 없었던 저는 /[postId] 같은 구조를 구현하려고 밤을 새우고, 또 밤을 뜬눈으로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생성형 AI 도구들이 현재와 같은 수준이 아니였어서 지금이야 프롬프트 몇 줄이면 뚝딱하면 나올 코드들이었지만, 이를 제힘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너무나 기뻤던 나머지 누군가에게 계속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프로젝트 시작 시, Claude Code만 사용합니다. 어쩌면, 제 작업 시간에 제가 타이핑하는 것은 TypeScript 코드보다는 자연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내가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느낌은 사라졌고, 내 프로젝트를 누군가 자랑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결국에는 제가 만든 것도, 무언가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끙끙거린 경험도 없으니까요.

제가 사랑하던 일은 '코드를 작성하는 일'보다는 코드를 작성하며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망가져 있는 무언가를 다시 동작하게 만들고, 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던 일을 위해 LLM을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당장 누군가는 LLM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고, 모두가 '그걸 아직도 손으로 직접 해요?', '그거 Claude Code한테 시키면 n분이면 되는데, 왜 안 써요?'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냥 Claude Code를 켜게 됩니다.

생각 할 기회를 뺏김 당하는 사람


누군가의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피드백할 일이 있었습니다. 살펴보면 코드 자체는 그럭저럭 잘 짜여졌고, 실제로 동작도 잘하며, 일부 코드에는 주석도 알맞게 작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XX는 왜 이렇게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답변은 대개 비슷합니다.

ChatGPT가 그러던데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만,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참여한 사람들이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것은 본인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부분이 모두 망가졌습니다.

자신이 할 줄 모르는 일을 자연어 몇 줄로 몇 초 만에 모두 해결해 버릴 수 있다면 그게 대체 뭐가 남는 걸까요?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참여한 사람들이 LLM이 작성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올바른 사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LLM은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지 않습니다만, LLM과 올바른 방법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은 LLM이 작성한 것을 이해하고, 검증하고, 필요하다면 수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이러한 것을 뺏기고 있는 시점에서 뺏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뾰족한 해답은 없습니다. 저는 내일도 Claude Code를 사용할 것이며, ChatGPT와 함께 제가 구매할 물건의 대안을 찾을 것이고, Hermes Agent와 스마트 홈을 조작할 것이니까요.

다만, 한가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게 있습니다. LLM이 작성한 것에 대해 왜 작동하는지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끝날 때까지는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LLM에게 생각할 기회와 '내가 해결했다'라는 뿌듯함을 뺏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LLM이 모든 것을 쉽고 빠르게 해결해 주는 신비로움에 빠져 제가 사랑하던 일을 제 손으로 망쳐버린, 제 잘못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도구로 무엇을 얻고 잃을지는 전적으로 제 책임이었으니 말이죠.